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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의 한 장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만 등산은 아니다 / 숲길등산이란?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숲길여행을 떠날 숲길등산지도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등산’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높은 산을 올라가는 모습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영화 ‘히말라야’ 다들 아시죠? 혹시 영화 보신 분 계신가요? (두리번 두리번) 아, 네 역시 많이들 보셨네요!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 천만배우 황정민이 주연한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요. 이 영화에는 보기만 해도 어깨가 절로 무거워지는 커다란 배낭을 멘 배우들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나오죠? 때로는 눈보라와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눈사태에 휩쓸려 순식간에 파묻히기도 하는데요. 아~ 생각만 해도 정말 고생길이 훤합니다, 그렇죠? (웃음)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가 알아볼 ‘숲길등산’이라는 영역은 영화 ‘히말라야’에 나오는 그런 고산등반과는 아주아주 다른 영역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지금 당장 목숨 걸고 산에 오르고자 하는 분이 계신가요? 계시면 손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두리번 두리번) 네, 역시 아무도 안 계시네요. (웃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우리 잠깐 동안이나마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등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에베레스트에 올라가야만 할까요? 아니면 당장 에베레스트에 오를 여건이 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겠다는 야망이라도 품고서 산에 다녀야 할까요?  자, 등산을 좋아하면 반드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 한번 들어보실까요? (두리번 두리번) 아 네, 역시 한분도 안 계시네요. (웃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마치 회사에 입사했으면 반드시 사장 자리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고 해서 모두가 이건희 회장과 같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공무원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국무총리나 대통령까지 올라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이런 건 현실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마찬가지로 등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야 한다거나, 에베레스트 등반을 지향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억지입니다. 다행히 여러분이나 저나 이런 억지 주장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 통하는 사이네요, 그렇죠?
여러분, 에베레스트가 뭐죠? 네,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죠. 그럼 등산은 뭔가요? 네, 산을 오르는 걸 바로 등산이라고 하죠. 그런데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산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높은 산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요. 저 또한 산을 좋아하고 자주 산에 오르지만, 단언컨대 에베레스트에 오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누가 나서서 굳이 거액을 주면서 다녀오라고 권한다면야 한번 살짝 고민은 해보겠지만요. (웃음) 그런데 왜 제가 에베레스트에 오를 생각이 없냐고요? 힘들잖아요~. (웃음) 영화 ‘히말라야’에 보면 다 나오잖아요. 얼마나 힘들어보여요? 게다가 춥기는 또 얼마나 추워보여요? 저는 추운거 정말 질색이거든요.
네, 서론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에베레스트에 오르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동의하시나요?  (“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질문을 조금 달리 해보겠습니다. ‘등산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 다들 동의하시나요? (두리번 두리번) 동의하시는 분 한번 손 들어보시겠어요? 네, 그럼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한번 말씀해보실까요?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네, 그럼 이번에는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 한번 말씀해보실까요? (“꼭 정상에 올라가야만 등산이라는 법은 없잖아요”)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정답은 뭘까요? (두리번 두리번) 정답은? 없습니다! (웃음) 이게 무슨 시험 문제도 아니고,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죠. 왜냐하면 이건 개인의 기호이자 취향이라고 봐야할테니까 말이죠. 만약에 ‘등산을 시작했다면 정상에 오르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자기 생각대로 산에 갈 때마다 정상에 오르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이를테면 회사의 대표이사가 ‘산행대회’ 같은 행사를 열어서 사원들에게 어느 산 정상에 올라갔다올 것을 강요한다면 어떨까요? 네, 이런게 바로 ‘갑질’이죠? (웃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에베레스트에 오르길 원하지는 않는 것처럼, 등산을 시작했다고 반드시 정상에 올라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갔다 와야만 북한산에 다녀왔다고 말하지는 않죠? 지리산 천왕봉에서 인증샷을 찍어야만 지리산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엔 북한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도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가벼운 채비로도 얼마든지 산의 정취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상에 올랐느냐 못 올랐느냐는 것보다, 산에 갔느냐 안 갔느냐가 아닐까요?
자,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알아볼 ‘숲길등산’이란 뭘까요? 네, 숲길등산이란 바로 ‘등산’과 ‘트레킹’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에베레스트와 같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도 ‘등산’이고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 것도 ‘트레킹’이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할 ‘숲길등산’은 나무가 무성하고 풀향기가 가득한 ‘산과 숲길을 걷는 활동’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숲길과 산길을 거닐면서 즐거움을 얻고, 더불어 몸과 마음의 힐링을 추구하는 행위죠. 그러니까 여러분, 반드시 정상에 올라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따위는 말끔히 잊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저와 함께 출발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들 준비되셨나요? (“네~”)

󰂈 샛길 빼꼼히 ― 트레킹과 하이킹
여기서 트레킹(Trekking)이란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국어사전을 보면 트레킹을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트레킹이라는 말은 둘레길이나 올레길과 같은 트레킹 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는데요. 원래 트레킹의 사전적 의미는 ‘소달구지를 타고 먼 길을 여행한다’는 뜻이랍니다. 트레킹은 등산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되는데요. 그럼 하이킹(Hiking)은 또 뭐냐고요? 하이킹은 바로 ‘도보 여행’을 뜻하는 영어랍니다.

 

<'숲길등산 길라잡이' 책의 일부를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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